왜 우리는 좋아하는 일을 해야할까
삶을 살아가면서 접하게되는 커리어에 관한 고민은 제각기 다르지만 결국 하고싶은 얘기는 비슷한 것 같다. 얼마전 책 모임을 처음 하게 되었는데, 처음 본 모임원분들과도 이런 얘기를 많이 하게 되었다. ‘이것이 내가 진짜 좋아하는 일일까’하는 것. 나는 고등학교를 마치고 바로 일을 하게 된 케이스인데, 그 때문인지 어려서부터 일에 대한 고민이 많았다. 고민은 군대를 갈 때 즈음 가장 극에 달했는데, 어느 날은 군대에서 ‘부의 추월차선’1을 읽고 충격을 받고 그 날 밤 친구에게 공중전화로 전화를 걸어 사업을 하겠노라고 말한 적도 있었다. 그러다가 매일 자기 전 자기계발서 몇 권을 읽고 자기 전 고민하는 시간을 갖다가, 어느 순간에는 퇴사하고 개발자가 되리라고 다짐했다.
왜 나는 개발자가 되려고 한걸까. 그저 고등학교 때 잠깐 했던 코딩이 재밌어서였다. 좋아하는 일을 선택하는 것이 당연했었다. ‘좋아하는 일을 하자’는 건 이제 사회에서 당연한 사실로 받아들여진다. 그렇지만 지금껏 들었던 커리어에 관한 고민들은 애석하게도 단순히 내가 좋아하는 일을 찾는 것에서 끝나지 않는 것 같다. 이를테면 내가 좋아한다고 생각했던 일을 하게 되었는데, 그 일의 몰랐던 힘듦과 재미없음이 찾아온 경우. 또는 내가 재밌어하는 일을 하지만 인정받지 못하는 경우. 나는 비록 좋아하는 것을 찾아 직업을 택한 경우지만, 일에서 내가 좋아하는 일을 찾는 것은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느끼게 되었다.
그렇다면 우리는 무엇을 위해 일하는 걸까. 지금의 회사를 다닌지 얼마 되지않았을 때 대표님과 1대1로 대화한 적이 있다. 그 때 ‘Jack은 어떤 부분에서 향상심을 느끼나요?’라는 질문을 받았다. 개발자는 회사에 다양한 방식으로 도움을 줄 수 있는데, 새로운 기능을 잘 만들어내거나 복잡한 문제를 가진 버그를 해결하거나 아니면 회사의 구성원들이 업무를 하기 더 수월하게 만들어줄 수도 있다. 질문은 그런 것들 중에서 어떤 부분에서 향상심을 느끼냐는 것이다. ‘어떤 일이 가장 재밌어요?’ 라는 질문이 아니라 어떤 일에서 가장 향상심을 느끼냐는 질문. 이 질문을 받은 후에 일에 대한 의미가 조금 더 명확해지게 되었다. 그동안의 일은 나로부터 출발했다. 그리고 내가 하고픈 일이 무엇인가에 대해서만 골똘히 고민했다. 하지만 나를 고취시키는 일은 반대로 회사 혹은 사회에 기여하고 발전시킬 수 있는 일이 아닐까 생각하게 되었다.
일에 대해 크게 고민해보지 않았거나, 좋아하는 일을 하는 것이 정답이라고 생각한다면 내가 하는 일 중 어디서 가장 향상심을 느끼는 지 고민해보자. 우리가 일을 지속적으로 할 수 있는 방식은 일을 왜 하는 것이냐에 달려있다고 생각하는데, 향상심을 발견하는 건 일의 이유를 새롭게 발견할 수 있는 좋은 활동 중 하나다.
그렇다고 향상심만이 일의 원동력이라는 얘기는 아니다. 만약 어느 순간 내가 누군가에게 기여해줄 수 없는 사람이라고 느껴지는 순간이 온다면 어떻게 할까. 실제로 다른 사람들이 느끼는 기여도와 내가 생각하는 기여도 사이에 큰 간극이 있거나, 아니면 내가 느끼는 기여도가 너무 적은 경우 말이다. 얼마 전 모임에서도 이런 얘기를 했다. 어느 순간일지는 모르겠지만 ‘내가 진짜로 기여하고 있나?’하는 순간이 오기 마련이라고. 그건 다른 사람들이 기대하는 기여도를 너무 낮게 생각했을 수도, 혹은 실제로 기여하는 바가 낮을 수도 있다. 내가 좋아하는 일이든 향상심을 느끼는 일이든 어느쪽도 밀려오는 회의감을 막지는 못하는 것 같다.
어쨌든 우리는 요령껏 살아가자는 재미없는 결론을 내야할 것 같다. 언젠가 또 일의 의미를 발견해내지 못할 때는 새로운 의미를 발견해나가자. 내가 좋아하는 일이 아니었대도, 혹은 내가 좋아하는 일이라고 생각했었지만 알고보니 그렇지 못했더래도. 팀과 동료로부터 인정받지 못한다고 느끼거나 실제로 도움을 많이 못 주고 있더라도. 결국 우리는 일이라는 길에 섰고 초 장기 울트라 마라톤을 달리고 있다. 재미있는 드라마를 발견해 힘듦을 잊을 수도 일의 다른 재미를 발견할 수도 있다. 우연한 기회에 다른 일을 할 수도 혹은 새로운 사람을 만날 수도 있다. 퇴근 후 방문할 맛있는 야키토리 집을 발견해 행복을 찾을수도 혹은 몇 달 뒤 예매해놓은 호주행 항공권을 생각하며 일의 의미를 찾을 수도 있다. 어느 쪽이든 우리는 요령껏 커리어를 이어나가는 사람이 되자. 생각보다 우리는 다양한 분야에서 다양한 방식으로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사람들이니까 말이다.
Footnot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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엠제이 드마코, 『부의 추월차선』 ↩